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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일고등학교 시(詩) 모임 ‘유유상종’ 문집 발간…「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
광일고등학교 시(詩) 모임 ‘유유상종’ 문집 발간…「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
  • 기범석 기자
  • 승인 2023.12.05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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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학생의 그림은 시의 문(門)…우즈베키스탄 출신 아크바르 학생 ‘돌의 도시’ 실려

‘돌의 도시’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속뜻…전쟁에 대한 순수한 의지 담겨

[광주일등뉴스=기범석 기자] 「작지만 강한 학교」 광일고등학교 ‘2학년 시(詩) 모임’과 자율 동아리 ‘유유상종’이 의기투합하여 문집을 냈다. 이 문집은 창비에서 공모한 ‘한 학기 한 권 시집 읽기’에 광일고등학교가 선정되어 발간된 것이다.

「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라는 제목의 문집에는 무덥고 따분한 여름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는 학생들의 유쾌한 시선이 담겨 있다. 학생들에게 ‘여름’이라는 계절이 이렇게 다채로운 시간이었다는 게 새삼스럽고 놀랍다.

광일고등학교 시(詩) 모임 ‘유유상종’이 발간한 문집 「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 (사진 제공 : 광일고등학교)
광일고등학교 시(詩) 모임 ‘유유상종’이 발간한 문집 「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 (사진 제공 : 광일고등학교)

박지원 학생(2학년)이 그린 그림은 시의 문(門)이 되어준다. 그 문을 통해 시를 미리 읽을 수도 있고 그 문을 통해 시를 읽고 난 뒤 채 가시지 않은 여운을 갈무리할 수도 있다. 어떤 시는 뭉클하고 어떤 시는 배꼽을 잡고 웃게 한다. 이 시집을 읽고 어른에게도 ‘여름’이 필요하고 ‘여름’을 견디는 일들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면 어떨까, 이 작품들을 쓴 광일고 학생들은 이미 훌륭한 창작자가 아니겠는가.

‘이상하다’라는 말은 주로 어른의 말이고 평가의 말이다. 이상한 행동을 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고 까닭도 없이 우울해했다가 나뭇잎만 뒹굴어도 자지러지게 웃고 그러는 게 어른들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각자의 ‘여름’을 견디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행동 양식일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어른들도 그 시절을 그렇게 견뎌왔다.

광일고 김성률 교장은 “각각의 작품들이 담고 있는 의미가 깊고 울림이 있어서 좋고, 학생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쓴 작품들이 문집으로 엮여 나온 것은 학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문집 제작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집 「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를 발간한 광일고등학교 시(詩) 모임 ‘유유상종’의 박지원 학생(왼쪽)과 아크바르 학생(오른쪽). (사진 제공 : 광일고등학교)
문집 「우리에겐 여름이 필요해」를 발간한 광일고등학교 시(詩) 모임 ‘유유상종’의 박지원 학생(왼쪽)과 아크바르 학생(오른쪽). (사진 제공 : 광일고등학교)

문집 제작에 함께 참여했던 아크바르(SHAMSIDDINOVAKBAR, 2학년, 유유상종) 학생은 “한글로 시를 쓰는 건 신비한 구름을 갖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시에 담은 마음이 국경을 넘어 전쟁의 땅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크바르 학생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다. 학생이 쓴 <돌의 도시>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속뜻이라고 한다. <돌의 도시>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과 슬픔, 전쟁의 고통과 함께 연대하고자 하는 학생의 순수한 의지가 담겨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와 정치적 이해 관계도가 높은 나라이다. 두 나라 간의 전쟁을 바라보는 학생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빛나는 돌은 내륙에서 흔하게 발견되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우리는 작은 돌들을 모아 놀이를 했다

우리의 작은 손을 공중으로 던진 느낌,

허공에서 불발탄을 만져보았다

내륙에서의 불길은 더 뜨겁다고 했다

돌을 나눠 가졌던 친구와 맞대었던 등은

나로부터 가장 먼, 지구의 끝이 되었다

모르는 사람의 주머니 속에서

작은 돌들이 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끝내 모른 척했다

돌의 도시에서는 흔한 일이 되었다

아크바르, <돌의 도시> 전문

아크바르 학생은 이곳의 ‘여름’과 화염의 불꽃으로 달궈지는 그곳의 ‘여름’을 동시에 견디고 있다. 부디 광주에서 발송된 학생의 편지가 ‘돌의 도시’와 전쟁의 땅에 더없이 반짝이는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로 당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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