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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무래도 이해가 안 돼”…국회의원과 구청장, 왜 그랬을까?
[기자수첩] “아무래도 이해가 안 돼”…국회의원과 구청장, 왜 그랬을까?
  • 기범석 기자
  • 승인 2023.06.23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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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골프대회 10시 개회식을 9시 20분경에 당겨 치르고, 국회의원과 구청장 자리 떠나

10시 행사 맞춘 다른 국회의원과 시의원, 광산구의장과 의원들, 시 노인회장과 구 체육회장 등 어안이 벙벙

[광주일등뉴스=기범석 기자] 이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 10시에 예정된 개회식이 갑자기 9시 20분경에 당겨 치러졌다. 개회식을 마친 국회의원과 구청장은 자리를 떠, 예정된 시각에 맞춰 대회장을 찾은 다른 이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개회식을 당겨서 치러버리고 떠난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정시에 맞춰 도착한 광산구의회 김태완 의장이 의원들과 상의 끝에 본부석(천막)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윤혜영 부의장, 정재봉 행정자치위원장, 조영임 운영위원장, 공병철 경제복지위원장이 함께하고 있다. 왼쪽에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의 모습도 보인다.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개회식을 당겨서 치러버리고 떠난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정시에 맞춰 도착한 광산구의회 김태완 의장이 의원들과 상의 끝에 본부석(천막)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윤혜영 부의장, 정재봉 행정자치위원장, 조영임 운영위원장, 공병철 경제복지위원장이 함께하고 있다. 왼쪽에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의 모습도 보인다.

(사)대한노인회 광주광역시연합회 광산구지회(회장 유한봉)는 6월 23일, 광산구 평동 용동구장에서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 개회식을 갑자기 약 40분을 당겨 치르고 정시에 참가한 내빈에게는 유한봉 지회장이 직접 “사정이 그렇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기자도 며칠 전부터 대회 전일까지 10시에 개회식을 한다는 취재요청을 받고 9시 45분경에 대회장을 찾았다가, 예정 시각인 10시가 되려면 15분이나 남았는데 이미 끝났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개회식을 예정된 시각에 불과 40분을 남기고 특정인의 일정에 맞춰 당겨 치렀다는 말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평동 용동구장에서 열린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 모습.
평동 용동구장에서 열린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 모습.

아무래도 이해가 안 된다. 국회의원과 구청장은 왜 그랬을까?

예정된 개회식이 시작되기 전인 9시 50분경에 도착한 광산구의회 김태완 의장도 황당한 모습이었으며 그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윤혜영 부의장과 김명수‧공병철‧조영임‧정재봉 의원 등도 머쓱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그냥 본부석(천막) 앞에 나란히 서서 의장이 대표로 간단하게 인사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현재 공직은 없지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희성 진보당 광산갑 위원장과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는 경기장 주변에서 쉬거나 관전하는 어르신들을 찾아 조용히 인사를 했다.

갑 지역 국회의원이 개회식을 치르고 떠나 개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 민형배 국회의원(*왼쪽)이 역시 개회식에 참여하지 못한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오른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 이귀순 부의장과 박수기 의원도 함께하고 있다.
갑 지역 국회의원이 개회식을 치르고 떠나 개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 민형배 국회의원(왼쪽)이 역시 개회식에 참여하지 못한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오른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 이귀순 부의장과 박수기 의원도 함께하고 있다.

갑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먼저 개회식을 하고 떠난 뒤 조금 이따 도착한 을 지역구 민형배 국회의원, 광주광역시의회 이귀순 부의장과 박수기‧박필순 의원은 그냥 대회장 주변을 돌며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했고, 이어 도착한 갑 지역 1선거구 최지현 의원도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또, 광주 어르신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오병채 (사)대한노인회 광주광역시연합회장과 광산구 체육계의 대표인 배영모 광산구 체육회장도 개회식이 이미 끝났다는 말에 아무런 멘트도 하지 않고 참석자들과 인사하며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비교될 뿐이었다.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정희성 진보당 광산구갑지역위원장이 경기장 주변에서 쉬거나 관전하는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정희성 진보당 광산구갑지역위원장이 경기장 주변에서 쉬거나 관전하는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건 갑질도 보통 갑질이 아니다.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개회식 시각이 당겨진 것은 대회장에 먼저 왔던 국회의원과 구청장만 알았을 뿐, 축사를 할 법한 다른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구의원은 물론 격려사를 해야 할 입장인 광주시 노인회장이나 광산구 체육회장에게 연락을 취할 틈도 없이, 아니 연락할 필요도 없이 무언의 압력에 의해 급작스레 이뤄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사정이 그렇다면, 이건 정치인으로서 상도의(?)가 없는 것이다. 자신들만이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고 다른 국회의원도 있고, 시의원도 구의원도 역할과 비중은 다르지만 다 자신들과 같은 정치인인데 자신들만 먼저 인사하고 마는 것은 상도의도 없는 것이다. 어르신 공경을 말할 것도 없고 시‧구의원과 다른 정치인들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일이 생기겠는가.

개회식은 참석 못했더라도...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대회를 주관한 유한봉 (사)대한노인회 광주 광산구지회장과 배영모 광산구체육회장, 차주철 송정농협조합장,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개회식은 참석 못했더라도...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에서 대회를 주관한 유한봉 (사)대한노인회 광주 광산구지회장과 배영모 광산구체육회장, 차주철 송정농협조합장,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 변호사(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라면 유권자가 소비자일 텐데, 물론 형식상 일정 변경은 대회 주최 측에서 하고 국회의원과 구청장은 거기에 맞췄을 뿐이겠지만, 어르신 공경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분들이 잡아 놓은 일정을 현장에서 자신들 일정에 맞춰 변경해 버릴 정도면 선출직 공직자 이전에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도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회 관계자는 “‘대회장에 일찌감치 도착한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다른 일정이 있으니, 개회식을 당겨 치르자’는 의견이 있어 이분들에게 맞추느라 개회식을 당겼다”면서 “사전에도 개회식에 참석하니 안 하니, 축사를 하니 안 하니 하더니…”라고 강한 불만을 표하며 말끝을 흐린다.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가 열리는 평동 용동구장 모습.
'광산구청장기 그라운드골프대회'가 열리는 평동 용동구장 모습.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차라리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광산구청기 그라운드골프대회'가 열리는 평동 용동구장 본부석 모습.
'광산구청기 그라운드골프대회'가 열리는 평동 용동구장 본부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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