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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을 무너뜨린 사람들
지역감정을 무너뜨린 사람들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2.04.15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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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행정학박사. 국제관광교류협회장
지난 11일 투표를 마치고 시내에 볼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어이, 다른 번호 찍지 말고 2번만 찍어, 무조건 찍어”라고 계속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전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을 쳐다보면서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대 어느 총선보다도 국민들의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간인 사찰’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그 결과에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초반 선거전과는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이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면서 향후 대선전에서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의 실정 등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던 민주당은 패배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막말 파문, 한미자유무역협정과 제주도 해군기지설치 지나친 반대도 한몫을 하였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지역구도의 높은 벽이 아직도 많았지만, 부산에서는 그나마 지역주의 완화의 싹이 보였으나, 호남 지역과 대구 경북 등 각 정당의 텃밭에서 지역감정이 누그러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광주와 전주에 도전장을 낸 새누리당 이정현과 정운천 후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모두 낙선했지만, 지역감정을 무너뜨리는데 앞장 선 사람들이다.

이정현 후보는 스스로를 ‘미운 오리새끼’라고 부른다. 우리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소속이라고 홀대받고 새누리당에서는 ‘표 안 되는 호남만 챙긴다’고 눈총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당선만 되면 몸과 머리가 굳어지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그러나 이정현의원은 항상 저자세로 돌아다녔고, 전남지방의 어느 지역을 돌아보더라도 그를 칭송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으며, 특히 공무원들이 좋아 하였다.

그는 1995년부터 광주에 계속 공을 들여 1985년 이후 27년 만에 보수 성향 정당 후보 당선의 새 역사를 쓸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4년엔 1%미만 지지율 8년만에 40배 끌어올린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선거기간 동안 그는 유권자들에게는 “노란색 일색의 땅에 파란 싹 하나만 틔워 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며, 자전거를 타고 유세하면서 유권자들과 만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달려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쳤지만 야권엽합에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김부겸 후보도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그도 이의원처럼 “대구를 떠나지 않고 다음에도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이정현, 정운천, 김부겸 3명 모두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40% 안팎의 득표율을 거둔 만큼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예결위원을 지내며 지역 현안 사업을 악착같이 챙겨 ‘호남 예산 지킴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의 선전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 전선’에서의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와 더불어 ‘지역구도 타파’라는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 후보는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선거 일주일 전까지 선두를 차지하거나 접전 양상을 보이는 등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광주를 정치적 텃밭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의 조직력에 한계를 보였다.

이의원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 절규 같은 지지를 호소했지만 반전된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이 후보를 지지했다가도 막상 투표장에 가서는 결국 새누리당 후보를 찍지 못하는 지역 정서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도 타파’와 ‘민주통합당 독점 구도’에 대한 근본적인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다. 호남 정치권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선거의 승패를 떠나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는 지역구도 타파에 대한 실천적 메시지를 전한 것은 물론 호남을 정치적 텃밭으로 대해왔던 민주당 지도부에 경종을 울렸다. 비록 석패를 했지만 앞으로 새누리당에서도 훌륭한 인물만 출마한다면 당선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2012년 4월 14일

姜元求 행정학박사. 국제관광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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