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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칼럼]화순군의 세계茶박물관
[강원구 칼럼]화순군의 세계茶박물관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2.02.1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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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호남대 초빙교수. 국제관광교류협회장
아무나 할 수 없는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을 우리는 위인이라 한다. 보통사람들이 위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스스로 행하지 못하지만, 그의 족적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기 때문이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선생은 한국의 美를 지킨 대수장가로 그의 삶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었다.

그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선대로부터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으나, 부를 축적하여 개인적으로 소유하거나, 후손에게 세습하려 하지 않고, 문화재를 수집 보존하는데 바쳤다.

간송 선생을 이해하려면 그에게 문화재가 어떤 존재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의 문화재 수집행위는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고자 했던 뜻을 발현시킨 것이었다.

그는 애써 모은 문화재들이 후대에도 흩어지지 않을 방법으로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박물관을 건립하게 된다. 간송 선생이 수집한 문화유산은 광복 후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 12점, 보물 10점, 서울 지정문화재 4점이 지정되었다.

특히 그가 교과서에 나오는 훈민정음 혜례본을 발굴하여 지켜낸 것은 가슴 쓸어내릴 만큼 다행한 일이었다. 6.25 당시 피난길에서도 훈민정음만은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잘 때에도 베개 속에 베고 잤다고 한다. 그것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국인은 커피를 즐겨 마시고, 中國人이나 日本人들은 茶를 즐겨 마신다. 차는 중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되며, 우리나라 차보다 종류도 다양하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싣고 간 차는 영국에 도착하면 두엄이 되는 데 이것을 紅茶라 한다. 이 홍차를 식민지인 미국에 세금을 붙여 비싸게 판매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보스턴 茶사건’이 발생하였다.

차 사건은 영국의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한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이 아메리카 토착민인 인디언으로 위장해 1773년 12월 16일 보스턴 항에 정박한 동인도회사 배 2척에 실려 있던 홍차 300여 상자를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미국은 1776년 7월 4일 독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홍차에 대신하는 음료가 바로 커피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홍차를 즐겨 마시고 미국인들은 커피를 즐겨 마신다.

화순군 동복면에 ‘세계 茶文化박물관’이 생겼다. 3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차를 맛볼 수 있도록 전시장과 체험장을 갖추어 두었다.

이 박물관은 옛날 학교 자리에 만들어져 있는데, 중국 절강성 장흥현 차의 성인이라 불리는 육우(陸羽)를 모시는 곳과 다기(茶器)가 많이 생산되는 강소성 무석(無錫)의 박물관 같이 꾸며져 있다.

차의 고장이라 말할 수 있는 보성에 한국차박물관이 있고,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하동군 악양면에 매암 차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잘 갖추어졌다.

이 박물관은 보성군 차밭, 무안군 초의선사 기념관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명물로 남을 것이다. 다만 일반인들이 찾아 가기에는 조금 외딴 곳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윽하고 아름다운 실골 정취가 있다. 앞으로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을 만한 곳이다.

이곳을 건립한 분은 오흥덕씨로 서울 출신이며,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받았지만, 오래 전부터 차를 접하면서 중국 보이차(普洱茶) 연구에 몰두하였다. 또한 대만 차의 대가인 석봉(昔奉)선생으로부터 15년간이나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사호(紫沙壺)는 영어로 china로 불리는 것으로 무석이 원산지이다. 그는 자사호에도 많은 공부를 하여 귀중한 것을 많이 진열해 두었다.

그는 우리나라 차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인도는 물론 유럽에서 생산되는 세계의 모든 차를 수입해 좋은 차 나누기를 하다가 ‘세계차박물관’를 생각했다.

30년간의 국제차문화교류를 통해 수집하고 소장하고 있는 2000여점을 전시하고, 체험하는 곳을 만들었다. 내가 그를 가리켜 “간송 전형필선생과 같은 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만일 화순이 아닌 광주에 이러한 박물관이 생겼다면 대단한 관광명소는 물론 외국인 유치에도 한몫 하였을 것이다.

 


2012. 2. 16

姜元求 호남대 초빙교수. 국제관광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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