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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칼럼]미래의 발전적인 한중관계
[강원구 칼럼]미래의 발전적인 한중관계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2.01.2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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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호남대 초빙교수. 국제관광교류협회장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중국의 여러 가지를 보고 놀란 점이 많았는데, 그 중에 특이한 것은 ‘변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기행문에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고 찬미했는데,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중국의 화려하고 번화한 도시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 변소가 아무리 깨끗했다고 하더라도 그림처럼 아름다웠을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조선의 변소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청결했을 것이다. 우리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화장실이란 이름으로 깨끗해지기 시작하여 1990년대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가 제일 먼저 깨끗해졌다.

90년대 한국인들이 중국의 화장실을 보고 깜짝 놀랬으며, 중국인들도 한국의 화장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국의 화장실은 너무 더럽고 코끝을 찌르는 악취 때문에 놀랬으며, 중국인들은 악취 대신 향기가 솔솔 풍기고 감미로운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화장실을 보고 찬탄했다.

20년 지난 지금 중국인들은 한국의 화장실에 감탄하지 않는다. 북경이나 상해 등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이라면 한국과 비슷한 화장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당시 224달러였던 1인당 GDP도 지금은 4000달러를 훌쩍 넘어섰으며, 북경이나 상해는 이미 1만2천 달러가 넘었다.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중국이 보여준 ꡐ북한 감싸기ꡑ는 중국에 호의적인 한국인마저 실망시켰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 관계가 냉랭해진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이 중국에 느끼는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중국은 경제력에서 이미 미국과 함께 주요 국가로 꼽히는 강대국이다. 군사력이나 소프트파워에서는 아직 미국에 뒤쳐지지만 아시아에서는 단연 1위다. 주변국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완력에 굴복해 굴욕 외교를 펼치자는 건 절대 아니다. 달라진 국제환경을 직시하고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한미동맹만으로 민족의 생존과 국가의 장래를 담보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은 서로 배타적인 게 아니다. 양립하고 공생할 수 있는 관계다. 앞으로 미중 양국의 핵심 이익이 상충할 때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호금도(胡錦濤)주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곧바로 습근평(習近平)부주석 등을 대동하고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호 주석은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쾌속 행보에 놀랐다. 대북 정책공조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석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일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중국의 북한 일변도 외교정책에 분노했으며 중국이 대한민국을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21세기 태평양시대를 이끌어갈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분명 중국 지도부의 인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도 바꿔야 한다.

중국은 ‘꽌시’ 즉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기에, 애틋한 정성이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는 중국과 북한 사이를 '혈맹'이라는 표현으로 쉽게 모든 것을 정리해 버리려고 하는데, 그 바탕에는 지금도 계속되는 이 같은 인간적 교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우리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는 교류를 너무나 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 중국의 배려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며칠 전 모 대학에서 중국의 어느 대학과 교류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2주일 후에 갈 터이니 그 때 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교류하는 것도 전화 한 통화로 생각하고 있으니 잘못이다.

다양한 차원의 관계에서 우호증진을 위한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서로가 상대방을 얕잡아보면 먼 훗날 더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조금 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2012. 1. 26
姜元求 호남대 초빙교수. 국제관광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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