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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칼럼]광주시내 중국 간체자(簡體字)표기는 잘못
[강원구 칼럼]광주시내 중국 간체자(簡體字)표기는 잘못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1.12.08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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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호남대 초빙교수. 한중문화교류회장
중국 친성향의 마영구(馬英九) 대만 총통이 중국 본토에서 사용되고 있는 간체자를 쓰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그는 참모회의에서 "정부의 모든 공식문서와 사이트에서 정자를 사용하고 관광국에서 제공하고 있는 간체자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한자문화권 여행객들은 우리나라 거리에 한자표기가 없음을 무척 불편해 하고 있었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유치를 위해 당시 광주시와 한자표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나는 "한자를 표기하는 것은 중국인만 위한 것이 아니며, 일본인도 위해야 하기 때문에 동양의 한자인 정자를 써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뒤 문화관광부도 간체자를 쓴다는 것은 국가의 자존심에 어긋나기 때문에 정자로 써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와 한자표기가 어느 정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 광주시에서 별도로 만든 도로표지판에 간체자가 있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09년 3월 3일 중국 정치협상위원인 반경림(潘慶林)이 "앞으로 10년 내에 간체자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반위원의 건의서에서 "사랑을 뜻하는 애(愛)자의 경우 마음(心)자를 빼버려 마음이 없는 사랑으로 변했다"며 "간체자가 한자 본래의 의미까지 변형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자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글자를 간결하게 만들었지만, 현재는 국민들의 교육수준도 높고 컴퓨터 사용이 대중화되었으므로 정자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동일한 한자문화권이지만 정자를 사용하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이웃 국가들과 더욱 폭넓은 문화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내놓은 사람들도 많다.

한자의 시작은 기원전 5천년께 신석기시대, 황하 유역에 그려놓은 물고기 그림에 이어 은(殷)나라는 갑골문(甲骨文)을 왕실 공식문자로 사용하면서 기록문화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었다. 전국시대 많은 나라가 분열한 것처럼 문자 역시 서로의 글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분화했으나 진시황(秦始皇)은 이를 전서(篆書)로 통일했다.

문서의 정비를 위해 한(漢)나라는 예서(隸書)라는 간편한 글꼴을 만들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글꼴의 최초 형태이다. 해서(楷書)는 '글의 법이 된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자의 표준 글꼴로 사용되고 있다.

청나라 말  '한자불멸(漢字不滅) 중국필망(中國必亡)'의 구호를 외치며 노신(魯迅) 등 지식인들이 한자 폐지를 주창한 것이다. 하지만 한자는 죽지 않았고, 모택동(毛澤東)은 한자의 몸 일부를 떼어내는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시켰으니, 그것이 지금 중국인이 사용하는 간체자이다.

1956년 문맹 퇴치를 위해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간체자에 대한 폐지론이 제기됐다. 최근 중국 문학평론가 왕간(王干)이 자신의 블로그에 '50년 내에 간체자를 폐지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목으로 간체자 폐지 이유를 게재했다.

정자는 글을 쓸 경우 복잡하고 느려 많은 문제가 따랐지만,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이상 입력 속도에 대한 장애가 사라져 간체자의 장점이 크지 않다.

간체자는 고전문화유산에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의 고전이나 많은 역사 유적지에 표기돼 있는 한자는 모두 정자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정자를 공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왕간은 '간체자가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도 커 하루아침에 폐지할 수 있는 문제는 절대 아니며, 정자와 겸용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점차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간체자 폐지'글은 인터넷에서 급속히 확산되었고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폐지 여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교류할 때도 우리의 한자인 정자를 써야하는데, 간체자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광주시나 전남의 일부 지방에서 도로 표지판에 간체자가 표기되어 있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정자를 표기하여도 중국인들이 거의 읽을 수 있다. 현재 중국 인터넷 뉴스에 간체자도 있지만 정자로 된 인터넷 뉴스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2011. 12. 8
강원구 호남대 초빙교수. 한중문화교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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