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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임철진 서구청민원봉사과장, 34년, 마지막 공직의 '겨울'
[기고문] 임철진 서구청민원봉사과장, 34년, 마지막 공직의 '겨울'
  • 박부길 기자
  • 승인 2023.12.14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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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진 서구청민원봉사과장

[광주일등뉴스=박부길 기자] 계절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툼해지고 골목길에 붕어빵 노점상이 등장한 걸 보니 추운 계절(겨울)이 찾아온 것이 실감 난다. 매번 해를 거듭할수록 ‘겨울’이라는 계절은 더 추워만 지는 것 같다. 옷을 몇 겹이나 껴입어도 그렇다. 다만, 도심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롤, 사랑의 온도탑 등이 그나마 따뜻함을 더한다.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공직생활 34년. 숨 가쁘게 달려 오다보니 계절이 바뀐 지도 모를 때도 많았다. 하지만, 필자의 마지막 공직생활 ‘겨울’을 기록하고자 펜을 들었다. 최근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중인 가운데 ‘그들의 봄’, ‘나의 봄’, ‘광주의 봄은 언제 왔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봄이 아니라 가장 춥고 소외된 계절 ‘겨울’은 어떨까 되짚어본다.
   
비단, 겨울은 우리만의 계절이 아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겨울대비에 들어갔다. 한여름 활발한 광합성을 하며 몸집을 키워왔던 숲속 나무들은 잎들을 훌훌 털어버렸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몸통과 가지만 유지한 채 휴식기에 들어갔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나무의 지혜로운 결정이다. 회색 빛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겨울 하늘은 유난히 짙푸른 바다색깔이다. 가로수들도 가지치기가 된 채 몽당연필을 하며 월동용 겨울옷이 입혀져 있다. 도로변에는 제설용 모래주머니가 쌓여있다. 짧은 낮 시간에 하루의 공정을 마쳐야 하는 지하철 공사장은 중장비들과 차량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겨울철 동절기에 행사는 지양된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이른바 ‘방콕’이 늘어나고, 우리가 방콕을 하고 있을 때 자연도 휴식기를 맞이한다. 자연의 휴식기는 우리가 밤에 잠을 잘 자야 건강한 하루생활을 유지할 수 있듯이 겨울이 만물에게는 건강한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다. 심우석 전주대 겸임교수는 “겨울은 봄, 여름, 가을 동안의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원이다. 겨울은 추위라는 무기를 가지고 충실하게 결실한 열매만 남겨두고, 추운 계절 동안 살아남은 열매만 봄에 다시 싹을 틔워 생명을 이어가게 한다”고 말한다. 겨울은 만물을 생장하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겨울은 눈의 계절이다. 눈은 온 세상의 더러움을 한때나마 깨끗하게 덮는다. 세상을 정화하는 이미지로서 눈이 덮힌 자연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얀 색이 주는 감각적 정화 또는 영혼의 맑은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서설은 그래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첫눈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깨끗함이 주는 이미지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만남은 그 자체가 눈처럼 맑은 영혼이다. 

눈은 동심을 소환한다. 친구들과 눈 싸움하기, 눈사람 만들기, 저수지 뚝 경사진 곳에서 비닐포대로 미끄럼타기, 언덕길에서 미끄럼타기, 팽이 돌리기, 얼음판에서 스케이트타기, 고드름 먹기, 모닥불 피우며 얼어붙은 손등 녹이기 등등 눈이 쌓인 시골마을은 놀이터였다.  

그렇다고 눈이 많이 오는 것을 모든 이가 좋아하진 않을 게다. 직업에 따라 대설이 싫은 직업도 있다. 도로를 관리하는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나 주민의 안전을 관리하는 지방공무원은 대설은 불청객이다. 지방공무원인 필자는 눈이 많이 내리는 때에는 인도와 차도의 눈을 치우기에 바쁘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되면, 주거지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주변 도로의 눈을 치우거나 염화칼슘을 뿌려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한 후 출근을 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광주지역에 대설이 찾아왔다. 도로변에 쌓인 눈과 꽁꽁 얼어붙은 도로변 잔설을 치우느라 주민들과 함께 삽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나 풍암동 2지구의 상가 주변에는 응달이 많아 소방도로의 눈들이 얼음덩이가 된 상태라 하루에 포크레인 4대를 동원하여 눈길을 치웠던 기억이 추억으로 남는다. 

날이 추워지면 주변의 소외계층의 이웃들이 가장 어려울 게다. 자식도 없이 혼자 생활하는 독거노인들은 하루하루 버텨내는 데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날이 추우니 밖에도 나오지 못하고 홀로 외로움과 싸움을 해야 하는 힘든 겨울을 보내야만 한다. 각 자치구와 동에서 복지활동가들과 보장협의체, 주민자치회, 통장단, 요구르트 방문상담 등 많은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렇더라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단 한분이라도 우리 주변의 이웃이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갖고 촘촘히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내년 6월 정년함에 따라 이번 겨울은 공직생활 중 마지막 겨울이라 할 수 있다. 상수도본부 근무시절에는 겨울철 동파방지 활동, 동파계량기 교체, 그리고 자치구 근무 시에는 겨울철 재해예방활동, 우리집 앞 눈쓸기, 도로변 제설작업 등 주민생활불편해소를 위한 활동에 전념하였던 기억들이 새롭다.   
 
최근 고금리와 물가인상, 경기부진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힘든 시기에 올 겨울을 잘 견뎌내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이러한 어려운 분들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기금이 있으니 혹 주변에 어려운 분이 있으면 사회복지팀으르 연락주시길 바라본다. 혹한기를 잘 이겨낸 꽃들이 더 화려하게 아름답게 꽃을 피우듯이 올 추위를 잘 이겨내야 한다. 특히 겨울철 화재사고 등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우리 모두가 안녕히 겨울을 나야 한다  

겨울을 잘 보내는 일이야말로 한해의 완성이다. 한해의 완성이 풍부하고 겸허했다면 그의 삶 또한 성실과 충만으로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의 공직생활의 겨울은 봄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봄이 아직 오지 않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따듯한 봄은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겨울은 봄을 꼭 데리고 오기 때문에 참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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