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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임철진 풍암동장, "나이가 들어가며 스치는 생각들"
[기고문] 임철진 풍암동장, "나이가 들어가며 스치는 생각들"
  • 박부길 기자
  • 승인 2023.05.1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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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진 풍암동장

올해로 공직생활 33년째를 맞는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년 7월이면 퇴직을 해야 할 나이가 됐다. 문제는 신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배가 나와 양말을 신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행동들이 자주 굼뚤덴다. 약 봉투도 늘어난다. 

순간순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금 서랍을 열어놓고도 무엇 때문에 문을 열었는지를 한참 생각하거나, 택시 안에 두고 내린 물건이 가끔 있다. 화장품을 쓴 후 뚜껑을 닫지 않고 다른 일을 보는 경우도 많다. 

주위의 변화도 많이 생겼다. 자식들이 모두 결혼을 해 집에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고 아내와 둘이 밥을 먹고 있으면, 나도 이제 노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 분들이 하나 둘씩 이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많이 생겼다. 

이렇게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찾아온 반갑지않은 변화들! 지금의 시기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곁에 다가오는 즐거움도 있다. 

가장 먼저 자연과 가까워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느낌이 새롭다. 고향 땅을 밟는 것 같은 포근함도 있고, 땅에서 느끼는 감촉이 싫지가 않다. 발 바닥에 다가오는 짜릿짜릿한 자극들이 뇌에 직접 전달되며 나를 깨우기도 한다. 

또한 주변의 꽃들을 보고 있으면 “어쩜 이리도 예쁠까?” 절로 감탄이 나온다. 자연이 주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며, 마음의 한 켠에서 여유가 편하게 앉아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며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고 모든 것들이 너그러워 진다. 

젊었을 때 처럼 장난하고 큰소리를 치면서 “의싸 의싸” 했던 행동들이 싫어지고 나도 모르게 의젓한 말투와 행동들이 나오고 점잖해진다. 말을 하는데도 머리속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면서 이 말을 해도 될까? 고민을 많이 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 곁에 다가온 변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가수 조항조의 ‘나이가 든다는 건’ 노래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눈이 침침 한 건 필요한 것만 보라고 하는 것. 이가 시린 건 연한 음식만 먹으라 하는 것. 

깜박 하는 건 좋은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 머리가 하얀 건 더 멀리에서도 잘 보이라는 것. 

숨 고르고 다 내려놓고 더 크게 웃으며 더 많이 더 나를 사랑하는 것.”~~ 음미하면 할수록 절묘한 긍정적인 대응 들이다. 나의 생각을 바꾸고 자연에 순응하며 모든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라는 의미 일 게다. 

그리고 노년의 생활에 대한 불행과 두려움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노년을 몹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첫째, 노년이 되면 활동적인 삶에서 멀어지고 둘째, 육체가 허약해지며 셋째, 거의 모든 관능적인 쾌락이 사라지고 넷째,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며 두려움이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고대의 지혜’ 책에서는, 첫 번째 질문인 노년이 되면 활동적인 삶에서 멀어진다에 대해서는 노인은 지혜가 있어 배의 선장 역할을 하기에 문제가 될 게 없고, 노년이 되면 육체가 허약해 진다 것에 대해서는 정신단련에 더 힘쓰면 육체단련보다 더 예리해지며, 또한 관능적인 쾌락보다 정신적인 쾌락이 더 큰 쾌락을 가져오며, 마지막으로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않기에 불행하다는 것은 누구도 죽음을 장담을 할 수 없기에 네 가지 모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고 노년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슬퍼할 것인가? 즐거워 할 것인가? 

삶의 길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오직 한번만 갈 수가있다. 아이 때는 약함이, 청년일 때는 대담함이, 중년에는 진지함이, 노년에는 원숙함이 있다. 이 것들은 마치 제철에 수확해야 하는 과일과 같은 것이다. 

즐거운 봄이 여름과 가을을 바꾸는 것을 농부가 슬퍼할 이유가 없듯이 봄이 결실의 전망을 가진 젊음이라면 우리의 노년은 수확을 저장하는 계절이다. 이전에 누렸던 풍요로운 축복을 되돌아보는 즐거움은 노년에만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늙어가는 게 아니라 풍성한 과일로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곧 다가올 제2의 인생! 나만의 정원을 가꾸듯 나의 노년을 가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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