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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칼럼]운남성 대리(大理)를 답사하고
[강원구 칼럼]운남성 대리(大理)를 답사하고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7.05.1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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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운남성은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대리에 장기간 독립왕국을 유지한 민족으로 白族이 150만명이나 살고 있다. 대리는 산과 호수, 탑과 고성, 茶와 馬가 어우러져 3,000년 전부터 자체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이곳은 山水가 뚜렷이 구별되어 있는데, 山은 창산(蒼山)이요, 水는 이해(洱海)이다. 창산은 3,500m가 넘은 산으로 아주 아름다우며, 이해는 ‘귀 모양 같이 생기고, 넓은 바다와 같다’하여 이해(洱海)라 부른다.

7세기 통일국가인 남조(南詔: 649-902)가 탄생되었는데, 당나라가 욕심이 생겨 이밀(李密)장군에게 754년 20만 대군을 이끌고 3천미터 산을 넘어 치열한 전투를 했지만, 백족에게 몰살당하고야 말았다. 남조는 250년 가까이 지속되었고, 한때 북부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일부에도 세력권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백족들은 비록 적국이었지만, 이밀장군을 모신 사당인 장군묘(廟)와 병사들의 무덤을 잘 보존하고 있는 데, 천보공원내에 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온 등자룡(鄧子龍)장군이 운남성 총병으로 있을 때, 대당천보 전사총(大唐天寶 戰士塚)이란 시를 남겼다.  

당나라 장수가 남조를 치러 왔건만,
누가 황천에 묻혀 있는 넋을 위로할 것인가.
아직도 창산에는 눈이 내리고,
매년 그들만이 혼을 위로하네.

등자룡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장군과 함께 전사하였는데, 왜군들이 그의 목을 베어 일본으로 가져 가, 선조(宣祖)가 목을 만들어 고향인 강서성 풍성까지 보냈다. 그때 그의 나이는 70세였는데, 지금도 풍성시에 가면 등자룡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보면 중국에서 알아주는 장군이다.

10세기 들어서 남조국이 왕위계승에 실패하여 35년 간 신하들의 하극상으로 세운 3개의 왕국이 연속 건국되었다. 그 후 단사평(段思平)이라는 영웅이 나타나 백족을 통일하여 대리국(937-1253)을 세워 316년간 계속되었다.

중국에 항복하지 않고 하나의 국가로 존립한 대리국이 13세기 중반 몽고군의 쿠빌라이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대리국을 공격을 하여, 국왕이 포로가 되고 대리국은 멸망하게 된다. 한족이 뺏지 못한 땅을 몽고족이 빼앗아 중국에 넘겨준 셈이 되는데, 중국의 땅은 대부분 소수민족이 빼앗아 준 것이 많다.

명나라 여행가 서하객은 대리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화문석을 보고 그 돌에 반한다. 그 돌을 ‘대리석’으로 이름을 지었으며, 지금도 현대건축에 뺄 수 없는 건축 자재이지만 돌 속에 산수화 무늬가 있어 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창산산맥과 대리를 상징하는 삼탑, 대리고성 그리고 이해까지 저녁 노을에 길다랗게 뻗어 내려간 모습은 한폭의 산수화를 구경하는 것과 같다. 창산과 이해는 공주와 사냥꾼이 사랑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냥꾼이 이해 호수에 빠져 바위가 되었다고 하는데, 공주는 그를 그리워 산과 바위가 구름이 되어 연결되는데 이를 망부운(望夫雲)이라 부른다.

이 망부운을 작곡한 사람은 우리 지역 출신인 정율성선생이다. 그는 중국에서 연안송, 인민해방군가, 연수요 등 300여곡을 작곡한 사람으로 이제는 많이 알려졌다.

대리고성 입구에 대리란 글자는 대문호인 곽말약이 썼으며, 일본의 경도(京都)와 같이 당나라 장안(長安)의 거리를 본 따 만든 거리로 지금도 남아 있다. 고성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며, 시골스러운 정경이 우리를 끓어 당긴다.

중심가 오화루에는 매일 밤 무료로 영화 상영을 해주고 있으며, 동서남북으로 연결된 거리에 시냇물소리가 졸졸 흐르는 곳에서 남녀들이 짝을 이루어 앉아 있는 모습이 청춘의 거리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연못에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동서남북으로 멋진 정자가 그림처럼 서 있으며, ‘차는 호(壺)에 있으면서 향기를 토해 낸한다(茶在壺中吐香)’란 글씨가 있다. 술을 마시는 거리가 집중되어 있는 양인가(洋人街)는 가장 유명하며,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차마고도(車馬古道)의 중심지로 아직도 마방이 있으며, 저녁에는 말발꿉소리가 들리며, 보이차 파는 아낙네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차마고도를 따라가 보면 얼마나 험난한 산길을 사람과 말이 오르고 내려 갔는가를 알게 되고, 우리는 얼마나 편안한 세상에 살며 여행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여행이란 자연과 인문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자연만 좋아 하다간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다. 대리국이 강국이 아니고 약소국이라 지금은 국가의 형태를 취하지 못하고 소수민족으로 전락되어 있지만, 그들의 문화는 잘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차츰차츰 그 문화와 흔적은 엷어지고, 한족문화가 잠식되어 가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7년 5월 12일 강원구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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