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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칼럼]범중엄(范仲淹)
[강원구 칼럼]범중엄(范仲淹)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6.12.21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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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행정학박사
요즈음 우리나라 방송 중에 특히 종편방송을 보면 지나치리 만큼 폭로를 하는 것 같다. 사람이 힘이 있을 때는 있는 죄도 없다 하고, 힘이 없을 때는 없는 죄도 있다고 하는 것이 인간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나치면 역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중국 호남성 악양시 악양루(岳陽樓)라는 유명한 누각이 있다. 강서성 남창(南昌)의 등왕각(滕王閣), 무한(武漢)의 황학루(黃鶴樓)와 함께 강남의 3대 명루로 꼽히는 곳이다. 이런 명소에는 각기 천하의 명문이 따라다니게 마련인데, 악양루에는 범중엄이 지은 악양루기(岳陽樓記)가 있다.

그 글의 마지막 구절에 ‘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천하의 근심을 앞서 근심하고, 천하가 즐거움을 뒤에 즐긴다)’ 조정의 높은 자리에 앉아서는 백성에 대해 근심하고, 강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임금에 대해 근심하니, 벼슬을 하면서도 근심하고 물러나서도 근심한다.

그렇다면 언제 즐거움을 누릴 때가 있을 것인가? 세상을 근심하는 자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니, 천하 사람이 근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이 즐긴 뒤에야 내가 즐겨야 한다.

이 천하의 명문을 지은 범중엄(范仲淹; 989~1052)은 자는 희문(希文),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사대부의 모범적 인물로 꼽히며 북송 때의 정치가, 문학가, 교육가이다. 그는 강소성 소주(蘇州) 오현(吳縣)에서 태어나 서주(徐州)에서 사망했다.

불행하게도 그는 2세 때 부친을 여의었으며, 모친도 어린 그를 데리고, 산둥성 장산현 주씨 집안으로 개가를 하여 그의 이름도 '주열'로 바꾸었고, 강(姜)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후 성장을 하면서 생가를 알아내고는 다시 제 이름을 찾았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입신출세한 입지전적 삶과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과 네 아들을 모범적으로 훌륭하게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열전 송사 314권의 앞부분에는 범중의 일생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의 아버지는 하급 관리였고, 중엄을 제외하고 두 명의 아들이 더 있었다. 중엄은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였다. 어머니 사(謝)씨는 어린 자녀와 강보에 싸인 중엄을 혼자 도저히 키울 수 없어서 개가하게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기개 있고 행동에 절도가 있었는데, 장성하여 자신의 가계를 알게 되자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 곁을 떠났다. 그리고 곧장 응천부로 가서 척동문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하였다.

주야로 쉬지 않고 공부하였는데, 겨울에 몹시 졸리면 찬물로 세수를 하여 잠을 깨우고 먹을 것이 없어 싸라기 죽으로 끼니를 이었으나, 그는 이를 고생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진사시에 급제하여 광덕군 사리참군이 된 뒤 어머니를 모셔와 봉양하고 집경군 절도추관이 된 뒤에야 비로소 자기 성을 찾고 이름도 바꾸었다.

그는 강직하고 청렴하였으며 유능하여 가는 곳마다 치적을 남겼다. 강소성 태주에 소금을 감독하는 감염창관으로 가서는 그 지방이 해일의 피해가 심하므로 백성을 동원하여 제방을 쌓았다. 주민들이 이를 범공제(范公堤)라 불렀다.

조정에 들어와서는 부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라 개혁하여야 할 국정 10가지를 상소함으로써 군신 상하의 경각심을 높였다. 당시 인종 황제의 연호가 경력이므로 이를 ‘경력신정(慶歷新政)’이라 하였다. 이토록 남다른 우국충정과 유능함으로 일생을 살았지만 생활은 매우 검소하였다.

그가 만년에 벼슬에서 물러나 자신의 본적인 소주 오현에서 살 때, 낙양 근교에 저택을 마련하여 퇴직 고관으로서 위의를 갖추자고 아들들이 권하였으나 공연한 사치요 낭비라고 거절하였다.

당시 사회는 워낙 부패하여 비록 범중엄의 개혁은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그의 개혁에 자극을 받아 송나라 때의 가장 위대한 개혁가로 불리는 젊은 개혁가 왕안석(王安石, 1021년-1086년)은 그의 개혁을 이어받아 송나라 최고의 개혁을 단행하게 된다. 그의 고향 소주시에 그의 석상에 그가 즐겨 사용했던 문구가 적혀 있다. 요즈음 같은 어지러운 세장에 범중엄 같은 사람이 생각난다.

 

2016년 12월 21일


姜元求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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