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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 칼럼] 강원구박사의 중국여행 (10)
[강원구 칼럼] 강원구박사의 중국여행 (10)
  • 박부길 기자
  • 승인 2018.04.2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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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도시 소주(蘇州)
중국에서 어미지향(魚米之鄕)이라고 부른 곳은 많다. 그러나 소주를 특히 많이 부르고 있는 것은 소(蘇)자에 고기 어(魚)와 벼 화(禾)가 함께 하고 있는데, 물이 많기 때문에 물고기가 많다는 의미로 고기 어(魚) 글자를, 쌀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 벼 화(禾) 글자를 합쳐 소(蘇)자가 된 것이다.

소주 중심으로 만리장성 다음으로 거대한 구조물인 수나라 때 건설한 경항 대운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인공운하로서 북경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가로질러 항주까지 도달하는 1,780km의 대운하이다.

기원전 600년 전인 춘추전국 시대부터 부분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운하는 수양제에 이르러 현재의 북경에서부터 낙양과 장안 그리고 항주로 이어지는 남북 대운하가 완공되었다. 소주에서 항주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운하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항(蘇杭)이 있다’란 말이 있다. 소주와 항주를 일컬어 ‘지상의 낙원’이라는 뜻이다. 서안에서 출발하는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까지 간 비단이 바로 소주 지방에서 생산된 것이다. .

풍교야박(楓橋夜泊)으로 유명한 한산사
한산사(寒山寺)는 한산스님과 습득스님으로 유명하지만, 당나라 때 시안 장계(張繼)가 지은 ‘풍교야박’이라는 시로 더욱 유명해 졌다.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풍교야박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풍교야박 시비(詩碑)를 어루만지며 감탄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람이 많다.

시의 내용은 장계가 몇 차례 과거시험을 보러 갔으나 낙방을 하고, 절망한 상태에서 돌아가는 한밤중에 한산사를 지날 때 한산사의 종소리를 듣고 새로운 각오를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달이 진 밤에 까마귀 슬피 울고, 온 천지가 서리로 가득한데,
강가의 단풍나무 아래에 낚시꾼의 불빛을 마주 대하며,
근심에 젖어 잠 한숨도 이루지 못하였네.
고소성(소주) 바깥의 한산사에서
한 밤중에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내 뱃전을 울리네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江楓漁火對愁眠(강풍어화대수면)
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장계의 한산사 비가 현재 3개나 있다. 한산사 별원에 어마어마한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한산사는 별로 크지 않지만, 장계로 인하여 유명해지자 일본인들이 한산사의 종을 훔쳐갔다. 그래서 뜻있는 일본의 스님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찾았으나, 찾지를 못하여 사죄의 뜻으로 만들어 일본 스님들이 1905년에 만들어준 종이 보관되어 있다.

민간 정원의 대명사, 졸정원(拙政園)
소주 지방은 물이 많아, 아름다운 정원이 많다. 소주를 가리켜 원림 문화의 산실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4대정원은 소주의 졸정원, 유원(留園), 북경의 이화원, 승덕의 피서산장이다.

소주에는 이외에도 이원(怡園), 창랑정(滄浪亭), 망사원(網師園), 사자림(獅子林), 환수산장(環秀山庄), 호구(虎丘) 등 정원이 수없이 있을 정도이니 중국인들이 우리의 정원을 보고는 너무 시시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졸정원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서진(西晋) 시대의 문학가인 반악(潘岳)이 지은 ‘한거부(閑居賦)’라는 글 ‘졸자지위정(拙者之爲政 : 어리석은 사람이 정치를 한다)’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졸정원이란 원래 당나라 시대의 대부호인 육구몽이 살았다는 저택과 원나라 시대부터 내려온 대흥사라는 절터를 명나라 시대 어사를 지낸 왕헌신(王憲臣)이 사들여 1509년부터 가꾸기 시작하여 1522년까지 만든 광활한 정원으로 청나라 광희황제가 방문한 곳으로 유명하다.

심혈을 기울여 걸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가 죽자 아들이 도박으로 하룻밤에 날려버린 정원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글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는 말을 떠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홍루몽(紅樓夢)’은 바로 졸정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손권이 자기 어머니를 위해 만든 북사탑을 졸정원과 어울려 하나의 정원 안에 있는 것처럼 만들어 원림 문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정원은 동원, 중원, 서원의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45개의 건물을 배경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서 각각의 변화하는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연꽃 향기가 퍼져 나오는 원향당(遠香堂)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4계절이 다르게 보인다.

졸정원은 분재로도 유명하다. 분재는 500년이 된 것도 있으니 참으로 감탄할 지경이다. 졸정원은 워낙 넓고, 길이 복잡하여 길을 잃으면 찾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졸정원은 용의 형상을 한 담을 담이 연결시켜 마치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졸정원을 온통 휘어감고 있는 것과 같이 보여 용궁 속에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비록 주인은 황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龍)을 만들어 황제와 같은 기분으로 살았던 곳이다.

고사성어(故事成語)의 호구(虎丘)
호구는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오월동주(吳越同舟)’ 등 고사성어가 생긴 곳으로 유명하다. 오나라 합려(闔閭)가 월나라 구천(勾踐)에게 싸움에 패하자 아들 부차(夫差)에게 원수를 갚으라는 말을 남긴다. 부차는 원수를 갚기 위해 와신(臥薪 : 땔나무에 누워 자다)하면서 원수를 갚기 위해 노력한 결과 회계(會稽) 전투에서 승리하여 월왕 구천을 바로 이곳에 감금시켰다.

포로가 된 구천은 부차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였는데, 부차가 몸이 아플 때는 그의 대변을 맛보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부차의 신임을 얻고 풀려난 구천은 당시 월나라의 미녀인 서시와 소흥주를 부차에게 보내어 여자와 술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구천은 그 뒤부터 회계 전투에 패한 것을 잊지 않고, 항상 쓸개를 문에 걸어놓고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 상담(嘗膽 : 쓸개를 핥다)하면서 참고 견디어 마침내 부차를 쓰러뜨렸다. 원수를 갚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하는 것을 ‘와신상담’이라고 한 것이 바로 이곳이다.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지간으로 원수끼리 한자리에 있는 것을 ‘오월동주’라고 한다. 오왕 부차가 서시에게 빠져 정사에 소홀히 하자 충신 오자서(伍子胥)가 이를 적극적으로 말렸으나, 그의 말을 듣지 않아 끝내 서시로 인하여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호구는 오왕 합려의 무덤이자 3천 자루의 칼이 묻혀 있는 검지(劍池)라는 연못이 있기도 하다. 오왕의 부차가 그의 아버지 합려를 매장한 지 3일 만에 하얀 호랑이가 나타나 무덤을 지켰다 하여 그 무덤을 호랑이의 언덕, 즉 ‘호구’라 칭했다고 한다.

호구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오중제일산(吳中第一山)’ 이란 글은 오나라 제일의 산이라는 뜻이다. 호구의 입구는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는 형상으로 되어 있다. 조금 들어가면 조그마한 바위인 ‘시검석(試劍石)’이 있는데 합려가 칼을 시험해보기 위하여 잘랐다는 바위가 있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자의 비석이 호구 안에 있다. 합려는 손자의 병법을 전수 받은 사람이기도 한다. 호구 중앙의 ‘천인석(千人石)’은 손자가 궁녀들을 데리고 <손자병법>을 시범한 훈련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 손자의 비석이 1955년에 세워져 있다.

합려의 시체와 칼이 묻혀 있는 검지를 진시황이나 삼국시대의 손권(孫權) 등이 발굴하려고 노력했으나, 한 자루의 칼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검지라는 글씨는 서예가 안진경(顔眞卿)이 직접 쓴 ‘호구검지(虎丘劍池)’로 붉은 색채를 칠하여 뚜렷하게 보이고, 왕희지(王羲之)나 미불(米芾)의 글씨도 보인다.

정상의 ‘운암사탑’은 일명 ‘호구사탑’이라고 부른다. 이 탑은 5도 기울어 ‘피사의 사탑’처럼 보여 ‘동양의 피사탑’이라고 말한다. 현존하는 중국 최고의 전탑(塼塔)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소주 시내를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북송 시기 청백리의 한 사람인 범중엄(范仲淹)의 석상(石像)이 있다. 그는 송나라 인종 때 간관(諫官)이었으며, 위대한 개혁가 왕안석(王安石)이 개혁을 일으키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 족벌주의와 부패를 뿌리뽑고, 사용하지 않는 땅을 개간하고, 토지 소유를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

2018년 4월 26일
강원구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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